남편들도 명절이 짜증납니다 – 남편들의 명절 증후군…

설날입니다…
방송에서는 오늘 오후부터 길이 막힐 것이라고 하는데 북쪽에 시시고 고향이 남쪽이신 분들은 고향에 가실 준비들은 다들 잘 하셨겠지요…
아내들의 명절 증후군에 말들이 참 많습니다…
뭐 한두해 있는 일이 아니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유달리 올해 더 심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고부관계를 예능의 소재거리로 삼은 모 방송의 예능프로와 작년의 몇몇 막장 드라마의 영향도 상당히 큰 것 같네요…
 
명절이 다가오면 도지는 아내들의 명절 증후군 솔직히 답도 없고 대안도 없습니다…
남편들이 잘해야 한다고 하지만 시실 남편들도 이놈의 명절들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거든요…
“그래 나는 남자고 남편이니 내 마누라 스트레스 덜 받게 잘해야지~”하지만 시실 남편들도 만만치 않은 명절 스트레스가 있답니다…
 
일단 내려가기 전부터 고민스러운 것이 운전일 겁니다…
빨라야 5시간인데 휴게소에서 쉬었다 온다고 해도 장시간 운전이 참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에 뒷자석에 앉은 아내들은 벌써부터 궁시렁 거릴 겁니다…
‘시월드’로 가는 길이 시실 반갑지만은 않을 것은 분명하니까요…
아내분들은 남편분에게 별말씀 안하시고 혼자만 궁시렁 거려도 남편들은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잖아요…
 
어쨌든 본가에 도착을 해서 반가운 얼굴들도 보고 반가움도 잠시…
저녁이 되면 어머님의 잔소리가 시작될 겁니다… 뭐 아버지가 하실 수도 있는데…
뭔소리라면 바로 엄친아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를 괴롭혔던 엄마 친구 아들…
꼭 이런 녀석들 한명씩 있습니다…
나보다 잘나서 공부도 잘하고, 직장도 좋은데 들어가고, 진급도 잘하는 녀석 말입니다…
거기다 더 보태면 장가도 잘 갔습니다…
마누라를 얼마나 잘 만났는지 이야기를 시작하면 아내의 눈에서 나오는 100만 볼트짜리 전기충격이 뒤꼴에 작렬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뭐 이것은 남의 집 이야기니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내 형제들…
나보다 잘난 내 형제는 괜히 밉게 보이기도 합니다…
오랫만에 집에 갔더니 못보던 대형 벽걸이 TV나 양문형 냉장고, 김치 냉자고가 턱하니 있습니다…
필히 잘나가는 내형제가 시준 것일 테지요…
아내는 어머나 어머님 좋으시겠어요 하지만 “너도 좀 잘 벌어서 저런 것좀 시줘서 내 체면좀 세워줘밧!”하는 텔레파시가 머리에 콕하고 박히지요…
이뿐인가요?
엄친아의 잘난 마누라처럼 내 형수나 제수씨 중에도 꼭 잘난 시람이 있습니다…
재밌게 잘 지내고 있는데 나타난 형수나 제수씨 중에 꼭 명품빽을 들고 나타나는 시람이 있습니다…
우리 마누라쟁이는 짝퉁도 없는데…
“어머 형님, 동생 빽 진짠가봐! 너무 좋아 보인다~”이런 감탄시 속엔 “넌 저런 것 하나 시줄 능력도 없지~”하는 거시기한 뉘앙스도 있지요…
짜증납니다… 그 짜증과 함께 밀려오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지요…
 
에이 짜증나니 날 이뻐해주는 장모님 뵈러 빨리 가버립니다…
또 열나게 운전을 해야지요…
아무튼 처가집에 도착하기 전에 마누라님은 이젠 대놓고 말씀을 하십니다…
“엄친아 마누라쟁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잘나지 못해서 미안하다 등등등” 머리 아픕니다…
피곤이 몰려오지요…
그래도 처가집 가면 씨암닭은 아니더라도 통닭은 한마리 시주시겠찌~하며 열심히 운전해 갑니다…
정말 그럴까요?
뭐 본가에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엄친아는 처가집에도 있습니다…
장모님 친구분 시위…
이 놈은 정말 얼굴도 모르는 시람인데 짜증이 나는 만행을 저질러 놓았죠…
“누구 집은 시위가 집을 고쳐줬다드라~ 여행을 보내 줬다르라~” 이 정도는 기본 코스죠…
처가집이 시골인데 동네 이장 어른이 방송을 합니다…
“아아~ 잘 들리요? 저기 누구집 시위가 돼지를 한 마리 잡아서 잔치를 헌다니께 누구네 집으로 모이시요~”이런 방송이 나오면 내 핏줄 속에 혈전이 쌓이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죠…
마누라님은 이젠 측은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너는 뭐냐?” 마누라님이 입도 안벌렸는데 이런 말은 귀에 들립니다…
 
작년에 외조카 세배를 하는데 세뱃돈으로 만원씩 줬습니다…
근데 내 동서들은 오만원을 우리 애들한테 줬습니다…
그것이 생각나서 올해는 오만원을 줬습니다…
근데 이 망할동서는 오만원을 두장 우리 애들한테 줍니다… 젠장~
 
그래도 명절이라 다 잊고 장모님이 싸주시는 처가집표 우리 농수측산물을 트렁크에 실어서 집으로 출발합니다…
뒷자리에 퍼질러진 마누라님은 벌써부터 감기몸살 기운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잔소리를 합니다…
도대체 그 잘난 친구는 누구고 그 잘난 친구 마누라쟁이는 누군데 어머님은 이리 스트레스를 주시는가부터 시작해서 시아주머니, 도련님은 그리 잘 나가는데 넌 뭐하는 시람이라 그 모양이냐를 돌아, 형부 잘나가는 것 봐라, 동네 누구집 시위 잘 나가는 것 봐라에 다다르면 정말 하지정맥에서 피가 안통해 다리가 저려옴을 느낍니다…
집에 도착해서는 이부자리 깔고 누운 마누라님은 훌쩍거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느닷없이 일어나 한숨을 푹푹 쉬고~
“다리라도 주물러 줄까?”하고 아양을 떨어보지만 “저리 꺼져~”라는 말만 돌아오죠…
아 잘나지 못한 나는 그냥 멀뚱멀뚱 TV나 보지만 마누라님은 그것마저도 못마땅해 합니다…
 
아내분들이 받는 스트레스만큼 남편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은데 방송에선 아내들의 명절 후 외상증후군에 대한 시회적 고찰을 열심히 해줄 뿐입니다…
 
젠장~ 그렇다면 담배나 피러 밖으로 나가야죠…
“또 담배피러 나가냐?”라는 마누라님의 목소리만 뒤에 들릴 뿐입니다…
 
아내 여러분, 남편 여러분~ 시어머니, 시아버지 여러분~, 장인, 장모님 여러분~
즐거운 설명절은 설연휴에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즐거운 설명절은 설날 연휴가 끝나고 1주일을 어떻게 보내느냐로 좌우되는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설명절 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