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부정하는 역사위원들….

새삼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본다.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헌법 전문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헌법 제4조다. ‘자유민주적’이라는 용어가 두번 나온다. ‘자유민주적’이 ‘자유민주주의’를 의미한다는 것은 군말이 필요없다. 자유민주주의는 1948년 헌법이 제정된 이후 늘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명명백백하게 규정하는 근본적인 불변의 가치관이다. 난데없이 60여년이 지난 지금 이를 두고 때아닌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께나 다름없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는 새 역사 교육과정을 고시했다. ‘민주주의’라는 용어 대신에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했다. 이에 반발해 교육과학기술부 자문기구인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일부 위원이 사퇴했다. 자유민주주의가 과거 남북대립을 강조했던 사람들이 사용했던 용어라는 점을 그 이유로 내세운다. 분단체제를 옹호한다는 시각도 반영돼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송두리째 외면하는 정신적 테러이다. 조상으로부터 내려받은 성씨를 거부하고 외면하는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정치권 마저 가세해 이전투구 양상이다. 야당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역사교과서를 개정한 것이라며 고시 철회를 촉구했다. 여당은 대한민국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하라고 비판했다. 급기야 여당의원은 야당의원을 향해 “북한에 가서 의원하라”고 힐난했다. 국가의 존엄한 정체성을 두고 정파의 이해관계에 몰입해 정쟁을 벌이는 모습이라니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민주주의는 한 두가지가 있는 게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민중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등이 있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를 수립하며 자유민주주의의 기치를 내세웠다. 자유민주주의는 최우선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 그리고 입헌주의 테두리 안에서 의사 결정을 한다. 또 자의적 권력 행사에 대한 통제와 높은 투명성을 강조한다.  특히 양심과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한다’는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다. 자연히 인민민주주의, 민중민주주, 사회민주주의를 포괄한다. 북한 헌법을 보자. 헌법 제1조는 ‘우리나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에 양심과 표현과 출판의 자유가 있는가. 자유 평등 보통선거가 실시된 적이 있는가. 노동당의 후보만 출마하고 1백%에 가까운 지지를 받지 않는가. 외견상 민주주의를 표명하고 있을 뿐이다.  교과서는 차세대를 육성하는 화수분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자양분을 공급하는 텃밭이다. 교과서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는 자유민주주를 가르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바탕이 된, 시장경제의 가치를 후손에게 배양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무이자 의무다. 차세대는 수많은 순국선열들이 지켜온 정치적 경제적 철학의 요체를 체득해야 한다. 그동안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사단의 발단은 진보좌파 성향의 정파가 집권하면서다. 자유민주주의의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 김대중 정부에서 검정을 통과해 노무현 정부 첫해에 배포한 고교 ‘한국 근·현대사’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점차 사라진다. 보수우파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안이 심각해진다. 역사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더 많이 누락 삭제된다. 뒤늦게 정부가 역사교과서 서술지침을 변경하자 일부 학계와 야당의 저항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정권의 목표를 경제적 성장과 확대에 보다 치중해온 현 정권의 자업자득이다.  2004년부터 논란이 돼온 역사교과서 편향성 문제를 외면 방치해온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국가사회 그리고 국민의 중심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바탕이 되는 교과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역사 교과서에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입각한 국가의 정체성이 분명히 담겨있어야 한다.  차기 집권을 노리는 정치인은 이번 자유민주주의 파동을 예사롭게 넘겨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견고하게 정립해야 한다. 집권하면 교과서 전반의 좌편향성을 즉각 시정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피력해야 한다. 법정에서 김정일 만세 소리가 울려 퍼지고, 군을 비롯한 각계각층에 친북종북좌파가 파고들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학원가의 논술시장은 좌성향의 강사들이 좌지우지한지 오래다. 교과서에 없어도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이런 판국에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진다면 그 여파는 장차 감당하기 힘든 국면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주거와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언론 출판과 집회 결사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과 종교의 자유, 시장 경제 ,권력에 대한 견제 등이 자유민주주의의 요체이다. 대한민국 구성원이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관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삭제를 강변하는 집단들은 깨달아야 한다. 자유민주주의가 있기에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변경하자고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정쟁의 대상도, 흥정거리도 아니다. 정부는 보다 확고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좌편향의 주장에 밀리거나 양보는 있을 수 없다. 그러다가 설 땅마저 잃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