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정부 부양책, 5년 더 지나면 가계부채는 1377조원

 
얼마 전 나온 한국의 신용등급 상승을 계기로 한국경제가 일본을 추월했다는 식의 엉터리 왜곡보도가 난무했다. 그런데 어제 정부의 긴급 부양책이 발표됐다. 한국경제 상황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이다. 일반인들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것이다. 외국 신용평가기관에서는 한국 상황이 좋다고 하는데, 한국정부는 내수 침체가 심각하다며 ‘경제활력 대책’을 내놓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경제의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은 후자쪽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의 신용등급 평가는 기존에 이뤄진 상태에 대한 후행적 평가에 가깝다. 또 정부채무와 외환보유고 등 한국에 대한 투자 위험도를 주로 평가하는 것이고, 다른 나라와 비교한 상대적 투자 위험도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이걸 지금 한국 경제 상태가 좋다거나 향후 한국경제의 미래가 밝을 것임을 보여주는 지표로 착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지금 한국경제는 빠른 속도로 사면초가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품, 내수 침체, 고용 불안이 심각한 가운데 이 같은 추세를 장기에 걸쳐 악화시키는 고령화 충격이 빠르게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왜곡된 형태로나마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돼왔던 수출마저 사상 최장 기간에 걸쳐 둔화 내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를 단기간에 반전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필자가 누누이 강조해왔듯이 이 같은 문제들은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누적돼왔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함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단기적인 임시미봉책과 재벌 등 기득권 위주의 정책과 제도로 서민경제를 계속 악화시켜왔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가계부채와 대외 수출 감소, 내수 위축 등이 맞물리면서 1~2년 안에 다시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상당 부분 물이 엎질러진 상태에서 아무런 흔적 없이 물을 다시 주워 담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이라도 국민경제 전체의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서민경제에 부담을 가중시켜온 수출 일변도, 재벌 편중, 부채 거품 문제 등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어제 발표된 정부 부양책 내용을 보면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분을 적게 떼지만 환급을 적게 해주는 조삼모사식 대책, 자동차나 가전의 개별소비세 줄여주며 이미 효과 없음이 입증된 낙수효과에 근거한 부자감세 방식, 그리고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각종 부동산 세제 혜택. 이 정부의 대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어서 예측하기는 참 편하긴 하다.
 
특히 부동산 세제 혜택은 정말 정부의 다급한 마음을 보여준다. 지자체와 상의도 없이 취득세 감면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거래가 줄어 광역지자체 세수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취득세를 줄이면 지자체는 어떻게 살림하란 말인가. 또한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5년간 면제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재등장한 투기 조장책이다. 그나마 외환위기 직후에는 집값이 바닥이었지만 지금은 여전히 고점에 더 가깝다. 즉, 지금은 아직 거품을 빼야 할 때이지 투기조장책을 쓸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부동산 거품이 아직 잔뜩 낀 상태에서 그 같은 투기조장책을 쓰면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가계부채만 늘릴 뿐이다.
 
어제 정부의 대책이 결국 지금 한국경제 최대의 난제 가운데 하나인 가계부채 문제를 얼마나 악화시킬 것인지 한 번 살펴보자. 최근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유료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 주제로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분석해보니 ‘가계부채 문제가 갈 데까지 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일단 가계부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객관적 수치를 살펴보자. 노무현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가 202조원 증가했는데, 이명박정부 4년(2008년1분기~2012년 1분기) 동안에만 234조원 증가했다. 이대로 1년 더 가면 이명박정부 임기 동안에는 293조원이나 증가하는 셈이 된다. 이명박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고 부동산 거래 침체가 지속됐는데도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정부 때보다 더 많은 가계부채가 더 짧은 시간에 늘어났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제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은 여전히 부동산 부양책을 바탕으로 가계부채를 늘릴 것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가계부채가 지금 속도로 증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계부채 총액은 2012년 2분기 현재 922조원에서 5년 후인 2016년에 1377조원으로 늘게 된다.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135.3%에서 157.1%까지 늘어나게 된다.
 
가계부채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나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는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전국 전세보증금의 절반 가량인 450조원을 주택 소유자가 금융회사 대신 세입자에게 빌린 돈이라고 보면 현재 가계부채는 920조원 수준에서 1370조원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이미 가계부채는 폭발 직전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지 않고 ‘폭탄 돌리기’모드로 간다면 한국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재앙을 맞게 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 이명박정부는 얼마 전 마른 수건 쥐어짜듯 20~30대와 자산 가진 노후세대까지 빚 내서 집을 사라며 DTI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이 정도면 부동산 떠받치기와 가계부채 폭탄 돌리기에만 혈안이 돼 정신이 나간 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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