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1999년 8월, 경영 위기에 처한 시멘트 회사들을 위해 대한민국 환경부는
각종 쓰레기를 소각해 시멘트를 제조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쓰레기 시멘트’의 시작이다.

지금, 당신이 사는 집은 안녕하십니까?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먹거리는 여러 단계의 재배·제조·유통 과정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오른다. 그 많은 단계를 거친 먹거리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집’도 안전하지 않다니! 안전하지 않은 것뿐 아니라, 각종 발암물질과 심지어 방사능까지 내뿜는다는 게 믿어지는가?
이 책의 저자 최병성은 우리가 매일 가족과 밥 먹고 잠 자는 집이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알 게 뭐야. 내 일도 아닌데 뭐!” 하며 지나치지 못했다. 맞설 상대가 골리앗과도 같은 거대 기업들과 관련 정부부처라는 사실도, 자신이 ‘시멘트’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목사’라는 사실도, 그가 ‘쓰레기 시멘트’ 문제에 뛰어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평생을 일해 번 돈으로 장만한 ‘내 집’이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져 가족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 앞에 그는 의로운 분노로 일어섰다.
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 ‘미친 듯’ 쓰레기 시멘트의 실상을 파헤치고 뒤쫓은 그의 행적에 대한 기록이다.
외환위기 이후 1999년 경영 위기에 몰린 시멘트 회사들을 위해 환경부는 각종 쓰레기를 소각해 시멘트를 제조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게다가 쓰레기 사용에 대한 그 어떤 기준과 규제도 만들지 않았다. 1999년 8월 이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시멘트는 각종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 가득한 온갖 산업쓰레기로 만들어,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유독성 지정폐기물보다 더 많이 검출되는 진정한 ‘쓰레기 시멘트’가 되었다. 이익에 눈먼 시멘트 회사의 탐욕과 환경부의 무책임한 방치 속에서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는 탄생했다.

시멘트 소성로는 최고의 쓰레기 소각 시설

전기·전자·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 등의 공장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이 ‘원료대체’라는 이름으로, 가연성 쓰레기인 폐타이어·폐고무·폐비닐·폐유 등이 유연탄 대신 ‘연료대체’라는 이름으로 모두 한꺼번에 시멘트 소성로에 들어가 소각된 후 남는 재가 바로 ‘쓰레기 시멘트’다. 그래서 시멘트 공장은 스스로 최고의 쓰레기 소각 시설이자 자원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기업’이라고 자랑한다. 시멘트 소성로가 완벽한 쓰레기 처리시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는 아무리 고온에 소각해도 유기물은 어느 정도 사라질지 모르지만 중금속은 그대로 잔존한다. 시멘트 공장 한 고위 임원의 말대로 “질량보존의 법칙에 의해 시멘트 공장의 굴뚝을 통해 빠져나가든지 시멘트 재에 남든지 둘 중 하나”다.
쓰레기 시멘트의 인체 유해성을 언급하며 저자는 먼저 최근 10년간 급증한 아토피성 피부염 유병율을 알려준다. “쓰레기 시멘트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2001년 이후 신축된 아파트는 186만 6000가구로 전체 아파트 가구 수의 26.7퍼센트에 달한다. 이 기간 중 19세 이상 인구 1000명당 아토피성 피부염 유병율은 2001년 5.07명에서 2005년 70.08명으로 13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피부염 환자 수도 1995년 453만 명에서 2005년 963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본문 83쪽)
그러나 유독성 지정폐기물보다 발암물질이 더 많이 검출되는 시멘트로 지은 집이란 사실을 상기하면, 쓰레기 시멘트의 인체 유해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쓰레기 시멘트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저자가 주장하는 이유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일본에서 쓰레기와 석탄재를 수입하는 나라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석탄재와 폐타이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고철은 물론 각종 산업쓰레기까지 수입한다. 시멘트 회사들이 쓰레기 처리비 명목으로 일본에서 돈을 받고 쓰레기를 받아와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는 것이다. 국내에도 처리가 곤란한 석탄재가 차고 넘치는데, 쓰레기 처리비를 받기 위해 일본의 석탄재를 수입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먹거리만 주의하면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일본산 고철과 석탄재로 뒤통수를 친 대한민국 시멘트 회사의 맨얼굴이다.

국내 화력발전소마다 석탄재가 쌓여 있는데, 시멘트 공장들은 왜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해 올까? 일본에서 쓰레기 처리비로 많은 돈을 주기 때문이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2013년 한 해 동안 일본 석탄재를 쌍용양회가 61만 톤, 동양시멘트 41만 톤, 한라시멘트 11만 톤, 한일시멘트 17만 톤 수입했다. 그리고 국내 시멘트 공장들이 일본에서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받은 돈이 쌍용 296억 원, 동양시멘트 85억 원 등 총 443억 원에 이른다. 국내 시멘트 공장들은 시멘트를 만들어 팔기도 전에 일본에서 받는 쓰레기 처리비용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본 쓰레기를 수입하는 것이다.(본문 157-158쪽)

‘쓰레기 시멘트’ 고발 10년, 무엇이 나아졌을까

첫째, 시멘트 공장 마당에 무방비 상태로 싸두던 쓰레기를 창고에 보관하게 되었다. 시멘트 회사로서는 수억 원의 비용을 들여 창고를 지었으니, 그들이 할 일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둘째, 쓰레기수출입신고제가 생겼다. 예전에는 일본 쓰레기를 수입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한다. 쓰레기 수입하겠다고 신고만 하면 들여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니 시멘트 회사들은 또 그들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셋째, 발암물질 6가크롬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엔 깜짝 놀랄 꼼수가 숨어 있었다. 시멘트가 좋아진 게 아니라 시멘트에서 6가크롬이 검출되지 않도록 약품을 섞은 것이기 때문이다. 시멘트 회사들은 끝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 눈속임으로 대응했다.
넷째,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쓰레기 사용기준이 만들어졌다. 사회적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쓰레기 사용 10년이 지난 2009년에서야 ‘쓰레기 소각장’ 기준으로 시멘트 소성로의 기준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은 쓰레기 소각장 수준의 기준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규제항목과 기준치는 외국에 비해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여전히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는 안전하지 않다.

자세히 알아보니 시멘트를 생산하는 마지막 분쇄과정에 6가크롬이 검출되지 않는 약품을 섞었다고 했다.
그 과정은 이렇다. 석회석과 소각재, 하수 슬러지와 폐타이어 등을 혼합해 고온에 소각하면 클링커라는 까만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이 클링커를 곱게 분쇄하면 비로소 시멘트가 된다. 클링커를 분쇄해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 코스모화학이라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황산철을 섞어주면 시멘트 안에 6가크롬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안전한 3가크롬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부의 시멘트 유해물질 분석에는 결코 6가크롬이 검출되지 않아 안전한 시멘트가 된다는 것이다.(…) 황산철을 섞으면 환경부가 시멘트 중의 6가크롬을 조사하는 얼마의 기간에는 3가크롬으로 전환되어 있지만, 그 시멘트로 집을 짓고 시간이 흐르면 3가크롬이 다시 발암물질 6가크롬으로 환원된다. 결국 사람들이 발암 시멘트에 노출되는 사실에는 달라질 게 없다.(본문 98쪽)